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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일상

2주간의 자가격리를 무사히 끝냈지만...

드디어 오늘 우리 가족은 2 주간의 자가격리를 무사히 끝냈다. 

 

영국의 고등학교 (7학년-13학년)는 한 교실에서만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학교처럼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각자 강의실을 찾아다니면서 수업을 듣는데, 우리 집 아이들과 몇몇 수업을 같이 듣던 아이들이 확진 통보를 받아서 우리집 아이들도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다.

 

 

 

영국 내 Covid-19 확진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11월 5일부터 12월 2일까지 잉글랜드 지역에 다시 록다운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하루에도 2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걸 보면 이번 록다운의 효과는 그다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번 록다운 기간에는 모든 학생들이 등교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일이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9월 개학 이후로 확진자가 계속 나오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는 주말을 포함에 수시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즉각적인 격리 통보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아이들 친구들 중에는 확진자와 접촉해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학교에 돌아왔다가 한 시간 만에 다시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결국 2주 전 우리집 아이들도 학교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첫 째 아이는 같은 반 아이가 주말에 확진을 받아서 일요일 저녁 학교로부터 자가격리를 하라는 통지를 받았고, 둘째 아이는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온 지 얼마 안 돼서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역사 수업을 같이 듣는 바로 앞자리의 학생이 양성으로 확진을 받았기 때문에 둘째도 자가격리 대상이 됐기 때문에 아이를 집에 데려가라는 것이었다. 

 

그 전화를 받고 서둘러 학교로 갔더니, 학교 운동장에는 커다란 텐트가 쳐 있었다. 그 곳에는 이미 여러 명의 학생들이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부모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우리집 아이들은 한국에서 동생들이 보내준 KF94마스크를 항상 착용해 왔지만, 교실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다른 아이들도 많이 있고 , 사회적인 거리를 지키기가 어려운 환경인 빼곡한 교실에서 바로 앞자리의 학생이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에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둘째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니 학교에서 공식적인 자가격리 통보문과 함께 그 기간 동안의 주의 사항에 대한 이메일이 와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사이에 학교 내에서 총 11명이 확진되었고, 가까운 접촉자로 생각되는 사람들 254명에게 자가격리를 통보했다는 내용도 같이 있었다.

 

영국의 경우 가까운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를 하게 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검사를 받지 않고, 다른 가족들도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를 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혹시 모르니 모두 2주간 재택근무와 각자의 생활 공간에서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사실 영국 정부에서 9월에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열악한 영국 학교의 방역 환경에 대해 걱정이 되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 가장 우려스러웠다. 그래서 이번 학기 동안이라도 항상 만원인  스쿨버스 대신 내가 직접 운전해서 아이들을 등하교시키기로 결정했었다. 그리고 40분 정도의 등하교 시 좁은 차 안에서는 평소 각자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서 서로 주의를 기울이긴 했었다. 

 

그동안 되도록이면 집안에서도 아이들과 서로 다른 공간에서 생활해 온 남편과 나 역시 괜찮다. Touch wood! 지난 주에 있었던 남편의 생일 음식도 어쩔 수 없이 뷔페식으로 차려서 이번 격리 기간 동안 각자 정해진 생활공간에서 따로 먹었다. 다행히 집이 큰 편이라서 각자의 생활 공간을 정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방에서 나올 때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수시로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했다.

 

그런데 그동안 잉글랜드 지역의 하루 확진자 수가 2만 명은 물론 3만 명까지 훌쩍 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집 아이들이 이 시기에 자가 격리 통보를 받고 2 주 동안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맘이 놓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많이 아쉬워했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자가격리가 끝난 오늘까지 아이들 둘 다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다시 등교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영국의 잉글랜드 지역에선 아직도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아이들을 다시 전장에 내보내는 것 같은 심정이다.

 

최근 백신이 개발되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치료제도 곧 나올듯하다는 반가운 소식도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의 경우 12월부터 접종이 시작될 듯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접종에 우선순위가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에게까지 그 순서가 오려면 빠르더라도 내년 봄 이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영국 정부는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가까운 가족들끼리 모일 수 있도록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따로 조용히 지내기로 결정한 것 같다. 우리집이나 시댁 모두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서로 모이지 않기로 했다. 

 

아무쪼록 우리가 예전처럼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없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그날까지  최대한 조심하고 견뎌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때까지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겨울이 너무 혹독하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