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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일상

눈 먼 자들의 도시, 그리고 그들의 '상식(Common Sense)'...

어쩌면인류는 지금두 개의 판데믹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인간의 어리석음...

 

2020년을 보내면서 난 과연 보편적인 '상식(Common Sense)'의 정의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요즘 미디어를 통해서 우리의 많이 눈에 띄는

어쩌면 우리의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분열된 사회 속에서

단절된 소통의 시대를 살고 있는 느낌이다.

 

현재 하루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3천 명 가까이 늘어난 영국의 상황,

그리고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유럽의 국가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영국의 잉글랜드 지역도 상황이 악화되면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6명 이상 모이지 못하도록 규정이 강화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마치 별 일이 없는 듯 이번 여름 휴가 동안에도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등으로 가족들과 휴가를 다녀온 내 주변의 지인들이 꽤 된다.

 

어제는 3월의 록다운 이후로 거의 6개월 만에 영국의 학교들이 일제히 개학을 했다.

방과 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니

놀랍게도 대다수의 교사들조차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교생이 모두 등교한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가 도저히 불가능한 교실안... 

그리고 이동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하는 복도에서조차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북적대는 학교 카페에서는

예전처럼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하...

 

 

*****

 

저녁 식사를 하면서 잠시 뉴스를 보게되면

전세계 곳곳에서 내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가짜 뉴스나 음모론을 믿기 때문에

자신의 무지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이해가 불가능한 논리를 펼치면서

적반하장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혐오나 차별적인 행동이나 발언을 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교육수준이 높지만 공감능력이나 지적능력이 결핍되고

보편적인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들...

 

요즘은 뉴스를 잠깐이라도 보고 있으면

화가 나기도 하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Common sense is not a gift, it's a punishment. 

Because you have to deal with everyone

who doesn't have it."

 

이 시대들 살아가면서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상식을 가졌다는 사실은

어쩌면 축복이 아니라 일종의 형벌이나 처벌이 아닐까 하는

이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때로는 더 답답하고, 더 괴롭고, 더 화도 날 수 있으니까...

 

문득 예전에 읽었던 '눈 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라는 책에서

모든 사람들이 실명이 되는 판데믹을 겪으면서

혼자만 눈이 멀지 않아서 인간의 처참한 민낯을 지켜봐야했던

의사의 아내의 괴로움이 생각났다.

 

 

 

*****

 

며칠 전에 고양이 사료를 사러 수퍼마켓에 잠깐 들렸다가

바로 옆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심하게 기침하는 사람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서둘러 자리를 옮긴 적이 있다.

 

그리고 이층으로 올라갔더니

이번에는 아주머니 두 분이 착용했던 마스크를 벗고

서로 양볼에 키스를 하면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헐... 

 

버스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계속 기침을 하는 할머니에게

우리 아이들 친구가 제발 마스크 좀 쓰시라고 했더니

그 할머니가 오히려 버럭 화를 내면서 

젊은 사람들 때문에 바이러스가 퍼져서 노인들이 죽는다고 하더라고...

 

*******

 

영국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8월부터는 잉글랜드 지역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만약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게 걸리는 경우

처음에는 £100 (15만 원 정도) 벌금이 부과 된다.

 

그리고 마스크를 미착용하지 않았다가 다시 경찰에게 걸리면

그때마다 벌금이 두 배로 뛴다.

즉, £100, £200, £400, £800...

이런 식으로 최대 £3200 (거의 500만 원 정도)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아직도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코스트코 같은 소수의 상점들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거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더구나 영국 경찰청장도 일일이 법을 적용해서 단속을 하기는

인력적인 면에서 불가능하다고 이미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이 후로

70-80 퍼센트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I'm looking for COMMON SENSE. Have you seen it?

 

 

지난 8월 말부터 주말마다 런던, 베를린, 뉴욕, 더블린, 덴마크 등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정부의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 집회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QAnon 음모론을 믿거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허구(a hoax)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QAnon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BBC에서도 이들에 대한 기사를 다룬 적이 있다 (기사링크)

 

최근에는 이런 집회에 QAnon 음모론 지지자들 뿐 아니라

극우세력들까지 가담하고 있는데

예전에 비해서 그 숫자가 굉장히 많이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5G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

사회적 거리 지키기를 거부하고,

백신이나 록다운(lockdown)을 반대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마스크도 없이 소리를 지르면서 집회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그들의 행동을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집회 곳곳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극우 단체를 상징하는 깃발을 든 사람들도 간혹 보였다.

 

그 집회에서 연설을 한 사람들 중에서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데이비드 아이크 (David Icke) 이곳 영국에서도 각종 음모론으로 유명(?)한 사람인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5G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번에도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모인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아야하고,

어떤 종류의 백신이라도 접종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지구 곳곳에 외계인 파충류가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해서

사회 지도층에 숨어있다는 평소의 발언을 연설에서 다시 언급했다.

 

물론 난 그의 주장이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의 연설을 듣고 환호하며 손뼉 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기가 막혔다. 

 

 

Two pandemics: Coronavirus and Stupidity

 

 

예전부터 그는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고 주장을 하기도 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해서 도처에 숨어있는

외계인 파충류에  의해서 지구가 지배를 당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인데,

영국 여왕과 왕족들이 외계인 도마뱀이라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예전에 기자와 방송인으로도 활동을 했었고,

녹색당의 대변인을 하기도 했던 사람이니

교육 수준이 낮거나 지능이 모자란 사람은 아닐 텐데...

 

그의 이런 주장이나 QAnon 같은 음모론을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당혹스럽게만 느껴진다. 

 

물론 나도 현재의 영국 정부가 별로 마음에 안들고,

존슨 총리의 여러 정책에 너무나 실망했고 많은 불만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는데도,

그런 일이 다 조작이고 음모라고 주장하거나,

심지어 외계인 파충류의 지구 지배설까지 주장하는 사람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상식'은 도대체 어떤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주장을

의심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계속되어 퍼지고 있는 온갖 가짜뉴스나

탈진실화(post-truth) 현상을 생각하면

이제 더이상 놀라운 일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그들의 '상식' 사이에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때론 화도 난다. 

 

 

 

Why don't they believe in science and common sense...

 

***

현실이 더 이상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 날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서로를 배려하시기를...

 

 

PLEASE STAY SAFE

BE 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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