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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일상

우리집 앞마당의 예쁜 길고양이들(Feral Cats) 이야기 #1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집 정원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길고양이 가족이 있다.

 

그동안 동물 구조 단체에 여러 번 연락을 해서 TNR (Trap-Neuter-Release) 대기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3월부터 지속되어 온 영국의 외출금지령 (lockdown) 때문에 응급상황인 경우를 제외하곤 RSPCACats Protecttion 같은 대부분의 고양이 구조 단체들이 그동안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우리집 앞마당 구석에 자리잡은 길고양이 가족. 영국의 록다운 기간 동안 꼬물이들이 이렇게 잘 자랐다. (Lady Expat, 2020)

영국에서는 고양이를 구조하는 단체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8주가 지난 길고양이들의 경우는 사람과의 접촉이 없어서 사회성이 부족해서 입양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중성화 (TNR: Trap-Neuter-Release) 등의 지원을 원칙으로 하다고 한다. 즉, 중성화를 시킨 후에 원래 살던 곳에 놓아주는 것이다.

물론 고양이가 semi-feral이거나 사람에게 그리 거부감이 보이지 않거나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임시보호처 (foster care)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쳐서 입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구조단체에서 나와서 덫을 놓아 포획하고, 중성화 수술비용도 구조단체에서 지원해 주지만, 수술 후 염증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일주일 정도의 회복 기간 동안 돌보아주겠다는데 동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이렇게 몇 달을 기다리는 동안 아기 고양이들은 입양을 하기에는 좀 어려울 정도로 너무 커버렸지만, 영국에서 7월부터 록다운이 완화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그동안 미뤄왔던 TNR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두 달 정도 정신없이 바빴는데, 생각보다 그 과정이 힘들었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ㅎ

 

사실 우리가 주택가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보니 각종 새, 토끼, 오소리, 사슴, 여우 같은  야생 동물들은 집 주변에서 볼 수 있지만 길고양이들은 그동안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쌀쌀한 겨울 날씨가 한창이던 2월 어느 날 오후, 창 밖을 내다보던 아이들이 앞마당 한구석에서 뛰어놀고 있는 새끼 고양이들과 어미 고양이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앞마당 구석에서 뛰노는 아기 고양이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했다. 아기 고양이들은 태어난지 한 2달 정도 되어 보였는데, 어미 고양이 역시 7-8개월 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어린 고양이었다. 주변에는 집들도 별로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하는 생각에 혹시 누군가 근처에 유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길고양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깨끗해 보이는 어미 고양이의 외모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저녁에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던 한겨울 날씨 때문에 우선 따뜻하게 잘 곳부터 만들어주어야겠단 생각에 집에 있던  택배 상자들과 단열재를 이용해서 서둘러 집을 만들었다.  혹시라도 비가 들어갈까봐 비닐로 감싼 후에 방수용 테이프를 둘러서 그렇게 예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임시로 머물 수 있는 집이 완성되었다.

 

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마당에서 뛰돌던 고양이들은 후다닥 달아났다. 하지만 혹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 밑에 박스로 만든 집을 가져다 놓고 고양이가 먹을 음식과 물그릇을 내다 놓았다.

 

하지만 사람의 기척을 듣고 놀라서 달아났던 고양이들은 그 후 며칠 동안 그곳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밖에 내어 놓았던 음식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다른 곳으로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괜히 상자를 밖에 내어놔서 더 겁을 준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자꾸 들었다. 그 어린 어미 고양이가 이 추운 날씨에 아기 고양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먹이를 구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며칠 내내 마음에 걸려서 자주 앞마당을 살펴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오후, 뒷마당 끝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기 고양이들을 창 밖으로 우연히 볼 수 있었다.

 

한겨울 뒷마당 끝의 나무 밑에 자리 잡은 길고양이 가족들 (Lady Expat, 2020)

 

 

그래서 이번에는 음식만 살짝 가져다 놓고 재빨리 돌아와서 윗층에서 살펴보니 고양이들이 그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아마도 나무 밑에 쌓아 놓은 장작더미 밑 어딘가에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괜히 상자를 이 곳으로 옮겼다가 이번에도 다른 곳으로 가버릴까 봐 한동안 음식과 물만 넉넉히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한 달 정도 뒷마당에 머물던 네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 무사히 잘 자라주었고, 활동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다행히 앞마당으로 옮겨와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아기 고양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어미 고양이는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직 한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어린 어미 고양이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아기 고양이들을 정말 잘 보살폈고,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난 고양이 구조 단체에서 이 길고양이 가족들을 곧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동안 영국에서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망했고, 일단 3주 동안 상황을 지켜보자면서 3월에 시작한 록다운 (Lockdown)은 몇 달 동안 계속되었다. 드디어 7월부터는 레스토랑이나 펍이 서서히 문을 열기 시작했고 록다운도 서서히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우리 집 앞마당의 길고양이들의 중성화를 위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록다운이 지속되는 동안 앞마당에 수컷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어미 고양이와 네 마리의 고양이만 중성화를 시키자고 시작했던 구조 활동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다섯 마리의 길고양이들을 중성화하려던 계획은 숫고양이의 등장을 시작으로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Lady Expat, 2020)

 

**

현실이 더 이상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 날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서로를 배려하시기를...

 

 

PLEASE STAY SAFE

BE 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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