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3월 20일부터 지속되어온 외출금지령이 6월부터 많이 완화되고 있고, 지난주부터 영국의 많은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상황에 대한 영국 정부의 무능력하고 불투명한 대처는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입니다.
3월 이후로 영국에서 4만 명이 넘게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했음에도 요즘은 밖에 나가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오히려 현저히 적게 보입니다. 해변이나 상점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마스크도 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도 지키지 않는 모습도 TV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다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 들어서 마치 그동안 나 혼자 꿈을 꾼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합니다.
영국은 물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 사태가 아직 해결되진 않았지만 경제상황이 악화지니까 어쩔 수 없이 최대한 가능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아직 학교, 레스토랑, 등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서 사회적 거리 (2미터)를 유지하기 불가능한 곳은 아직도 문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제 영국도 입국하는 사람들은 모두에게 14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현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이젠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제 외출 금지령이 완화되고 있는 상황을 앞두고 그동안 제 생활에서 달라진 몇 가지 일들에 대해서 잠시 되돌아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우선, 가장 달라진 점은 제가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고마움을 잘 몰랐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외출금지령 동안 연세가 많으신 시부모님이 아무리 걱정되어도 방문하지 못했고, 어머니날이나 아버지날은 물론 생일 축하도 전화나 화상통화 밖에 못했습니다. 이제는 외출금지령이 완화되어서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당분간 악수나 포옹은 커녕 거리를 두고 서서 대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갈 수 있었던 24시간 영업을 하던 슈퍼마켓들도 이제는 10시까지만 문을 열고, 아직도 바쁠 땐 밖에서 30분 이상 줄을 서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자주 들리던 동네 도서관도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의 가족들을 급하게 방문할 일이 생기더라도 우선 한국에서 14일 자가격리를 해야 되고, 또 영국에 돌아와서도 다시 14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지켜야 합니다. 남편도 매주 가던 배드민턴 클럽 활동을 중단해야 했고, 아이들은 졸업식도 없이 친구들과 작별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자주 다니던 영화관, 음악 페스티벌이나 콘서트 등은 과연 이전처럼 다시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 아쉬움이 더 합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동안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소소한 일상이 정말 특별한 것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또한, 세상에는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때론 소셜미디어(SNS)나 뉴스를 당분간 안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외출금지령 이후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뉴스를 수시로 읽다보니 영국 정부의 대처에 단순한 실망을 넘어서 화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이상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실 브렉시트 과정을 지켜보면서 청원사이트에 서명도 하고 거의 매일 신문과 뉴스를 보면서도 비슷한 분노를 경험 했지만, 이번에는 현 상황에 대한 걱정으로 불면증까지 생기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2020년 졸업축사 (BTS Commencement Speech | Dear Class Of 2020) 중에 슈가가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으니까, 통제할 수 없는 일에서 손을 떼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라'는 말이 마음에 많이 와 닿더군요. 그래서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없는 일에 대해서 더이상 분노하고 좌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덧 붙여, 지난 몇 달 동안 우리의 생활에 인터넷이 얼마나 중요하고 유익한 점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외출 금지령으로 갑자기 학교를 못가게 된 아이들이 학교의 수업을 계속하고 친구들과 계속 연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덕분이었고, 회사의 미팅도 화상으로 계속할 수 있었고, 심지어 식료품도 인터넷이 없었다면 배달시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덕분이었고, 외출금지령 동안에도 바깥세상이나 가족들, 친구들과 계속 연결되어 있을 수 있던 것도 인터넷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동안 배우고 싶었지만 바쁜 일상을 핑계로 미뤄왔던 영상편집이나 요리, 정원일 등도 외출금지령 기간 동안 인터넷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더이상 경제위기를 더 이상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서 여러 나라들이 어쩔 수 없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현실이지만,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으니 당분간 최대한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어떻게 2020년을 살아냈는가를 돌아보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왔을 때, 우리 모두 단 한 가지라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현실이 더이상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 날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서로를 배려하시기를...
UNTIL REAL LIFE DOESN'T FEEL LIKE A FILM/MOVIE
PLEASE STAY SAFE & BE 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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