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일상

영국 외출 제한령 (UK Lockdown) 9일 째... Hello (from the inside)

영국에서 3월 23일에 외출 제한령이 내린 뒤로 벌써 9일이 지났습니다.

 

한동안 제 개인 건강상의 문제로 체력이 바닥이다 보니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같은 것에 전혀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영국의 브렉시트와 총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실망도 많이 하고, 그 이후론 마음도 더 지치고 고장 난 느낌이어서 되도록 뉴스도 멀리하고 당분간 그냥 혼자 조용히 지냈던 것 같습니다. 

 

 

'BROKEN BRITAIN',  Copyright © 2019 Lady Expat All Rights Reserved 

 

 

 

다행스럽게도 2주 전에  앞으로는 해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것 외에는 더 이상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지만,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북미에서 하루하루 심각해져 가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의 확산 때문에 미처 숨 돌릴 틈도 없이 이 곳의 상황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할 때부터 한국의 가족들과 자주 통화를 했기 때문에, 영국에도 곧 영향이 있으리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었지만 사태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악화되리라고는 미처 알지 못했었습니다.

현재 유럽과 북미의 언론들은 그동안 한국 정부나 한국민들의 대응이 얼마나 모범적이었는지를 북미나 유럽의 대응과 비교하면서 굉장히 자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영국 보수당 정부가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미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해진 이 곳 영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Financial Times Live Chart 

 

 

위의 자료는 영국 Financial Times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자료인데, 전세계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Live Chart입니다.

 

오늘(4월 1일) 하루만 해도 영국에서 Covid-19 때문에 사망한 환자가 563명이나 되었고 현재 사망자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 같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정말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더구나 어제 런던에서 13세 소년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의식불명이 되었지만, 전염의 우려로 중환자실에 가족들의 방문이 허락되지 않아서 결국 혼자 숨을 거두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마지막 순간에 그 어린아이가 혼자서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에 울컥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뉴욕에서는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너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응급실에서 치료에 필요한 산소도 부족하고 장비 부족 사태가 심하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결국  '심폐소생술(CPR)을 안 해도 된다 (DNR: Do Not Resuscitate)'는 비공식 지침을 내렸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영국 웨일즈에서도 환자들에게 DNRCPR에 대해서 사전 동의 여부를 묻기 시작했다는 기사도 오늘 있었습니다. ㅠ

 

 

 

 

 

사실 2월 중순까지도 신종 플루 정도로만 생각하고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상황을 지켜보던 영국사람들도 3월 초부터는 가까운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에서 외출금지령과 국경 봉쇄령 등이 실행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비로소 그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3월 첫째주에는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스쿨버스를 공유하는 옆 학교에서 2월 셋째 주의 일주일 봄 방학(half-term break) 기간 동안 이탈리아로 스키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이 영국에 돌아오자마자 증상이 나타나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가정통신문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소수의 교직원들과 학생들도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서 자가 격리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생겼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영국 정부에서 휴교가 결정되었습니다. 사실 휴교가 결정되기 전에도 고령자나 건강이 안 좋은 가족들이 있는 학부형들은 아이들의 안전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학교를 안 보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정부의 그런 안이한 대응 태도가 태도가 국민의 60 퍼센트 이상이 감염되면 집단 면역 (herd immunity)가 생긴다는 이론에 근거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보도되었습니다. 하지만 곧 영국 왕립대학교(Imperial College)의 감염연구팀이 그런 경우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조언을 함에 따라 정부의 태도가 180도 바뀌게 되었고, 그 연구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달되어서 미국도 바짝 긴장하고 보다 더 강경한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대학교들은 자발적으로 먼저 휴교에 들어갔지만, 영국 정부는 국민들의 거센 요청에도 그때까지도 학교를 휴교하지 않았고, 국민들에게도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손 씻으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2번 정도 부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척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유럽, 특히 영국보다 의료체계가 훨씬 나은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많은 영국 사람들은 결국 이 곳도 외출 금지령이나 봉쇄령이 내려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패닉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2 주 정도 일시적으로 벌어졌던 사재기 현상은 슈퍼마켓에서 제품당 1인 구매 수량을 2-3개로 제한하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인 2미터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장에 들어가는 인원수를 조절하면서 지난주부터는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M (6 Foot)

 

 

 

그나마 이번 주부터는 물품이 충분해서 대부분의 수퍼마켓이 구매 수량을 더 이상 제한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고령자들이나 건강이 안 좋거나 위약한 사람들 또는 의료진 등의 필요한 사람들 위주로 우선적으로 주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당분간 저희 같은 경우는 직접 슈퍼마켓에 가서 물건을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손 세정제나 파스타, 밀가루 등을 제외하면 부족한 물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사람들 많은 시간을 피하려고 일부러 늦게 갔는데도 화장실 휴지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왜 전 세계에서 화장실 휴지를 사재기했는지 아직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지만... 에휴. 

 

 

사회적 거리 두기: 'It's your choice.'

 

 

 

저도 한동안 병원을 자주 오가면서 2월말부터 이 곳 영국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월부터는 병원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동안 저와 친해진 간호사들도 너무나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환자들을 접하기가 두려워진다는 말들을 하더군요. 3월 중순까지도 제가 다니는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들은 마스크도 없이 플라스틱 앞치마와 일회용 고무장갑만 착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영국 정부도 3월 20일 저녁부터 전국의 펍, 카페, 레스토랑 등에 대해서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주말에 날씨가 좋아서 해변이나 공원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결국 3월 23일에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3주 동안 외출 자제령(Lockdown)이 내려졌습니다.

아직은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처럼 군인이 길에 지켜서 있거나 외출에 서류가 필요할 정도로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식료품을 사러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자제하면서 자가격리를 한 지 벌써 9일이 지났습니다.

 

현재 영국 곳곳에 존재하는 대형 전시용 건물들에 야전병원 (field hospital) 형태의 병원들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 ExCel에 코로나 환자들 전용의 4000개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Nightingale Hospital 병실과 대규모 영안실이 지난 2주간 설치 되고 있고, 버밍엄의 NEC, 맨체스터, 글라스고우, 헤로게이트 등의 도시에도 비슷한 대규모의 임시 병원들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bRtUOHAk7ns

 

아시다시피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보리스 존슨 수상, 보건부 장관 등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으로 현재 자가 격리 중이고,  많은 영국인들이 정부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입니다.

영국 정부에서 매일 저녁마다 브리핑을 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초기의 늦장 대응 때문에 진단 키트뿐 아니라 의료진의 보호장비, 인공호흡기 등의 공급이 4월 중순까지도 난항을 겪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의 의료진에 비해서 현재 영국 의료진의 보호장비를 보면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영국남자 유튜브 채널에 텅 빈 런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지방 도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가족도 어쩔 수 없이 남편과 제가 교대로 가끔 식료품을 사러 밖에 나갈 때마다 마치 영화 '28 Days Later (2002)'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https://youtu.be/-NlGsb5dmPI

https://youtu.be/BW2UBeusF8E

 

https://youtu.be/vFZZF39fgWM

 

 

 

언제나 북적이던 여러 도시들이 이렇게 텅 빈 것을 보니 스산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환자들의 급격한 증가로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의료진에게 한꺼번에 너무 부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자니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잘 정리가 안되네요...ㅜ

 

아무쪼록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고 아프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 THANK YOU! ***

 

 

https://youtu.be/xGKFVMgjrPc

 

 

 

 

🇬🇧Fiona // 어쩌다 영국(@lady_expat)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229명, 팔로잉 547명, 게시물 279개 - 🇬🇧Fiona // 어쩌다 영국(@lady_expat)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