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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일상

봄 날을 기다리며...

작년 12월 20일부터 다시 시작되었던 록다운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영국...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 내 시간이 좀 더 많아질 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바빴던 것 같다...ㅎ

 

어느덧 어둡고 길게만 느껴졌던 영국의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이 곳은 겨울이면 보통 오후 3-4시에는 해가 지고 깜깜해지는데, 지난주부터는 오후 6시쯤 되어야 해가 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마당 곳곳에 겨울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스노우드롭(snowdrops)이 잔뜩 피었다.

 

Snowdrops

 

겨울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스노우 드롭이 어느덧 마당 곳곳에 피었다.

 

 

스노우 드롭이 질 때쯤이면 영국은 온통 수선화 꽃이 만발할 텐데.... 그러고 보니 열흘 후에 영국의 어머니날 (Mother's Day, 3월 14일)인 걸 이제야 문득 깨달았다. 보통 슈퍼마켓에 가면 한 달 전부터 여기저기 광고가 되어 있어서 잊지 않는데 요즘은 밖에 잘 나가질 않으니 깜빡 잊고 있었다. 사실 영국에서는 어머니날에 작은 수선화 한 다발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영국의 어머니날(Mother's Day)에는 수선화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사실 오늘은 영국 정부의 올해 예산이 발표되는 중요한 날이라서 하루 종일 영국정부의 예산 발표와 관련된 자세한 분석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예상했던 대로 세금 정책이나 세율 등, 여러 가지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아마 내일이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 기사들을 읽던 중에는 작년에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사망했기 때문에, 올해는 정부에서 지불해야 하는 연금이 줄어든 반면 상속세는 많이 거두어들이게 될 전망이라는 기사도 보인다... 지난 일 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www.bbc.co.uk/news/business-56272829

 

Budget 2021: Covid deaths set to cut state pension costs

Forecasts suggests inheritance tax receipts will also rise, partly due to over-65s dying of Covid

www.bbc.com

 

 

 

 

지난 해 12월 말부터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의 백신 1차 접종자 수가 어느새 2천만 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 2달 동안 영국 전체 인구 (약 6천6백만 명 정도)의 31퍼센트 이상이 1차 접종을 한 셈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들도 거의 백만 명이 다 돼가고 있다. 

 

 

출처: BBC 뉴스 2021년 3월 3일 (Source.Gov.uk)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영국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와 비교하면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지난 12월과 1월의 심각했던 영국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www.bbc.co.uk/news/uk-51768274

 

Covid-19 in the UK: How many coronavirus cases are there in your area?

Explore the data on coronavirus in the UK and find out how many cases there are in your area.

www.bbc.com

 

 

영국에서는 작년에 가장 사망자가 많았던 위험군인 고령층을 우선으로 접종을 시작했는데, 지난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감염에 노출이 될까 봐 외출도 힘들고 가족들과도 만나기 어려웠던 고령층의 사람들은 대부분 백신 접종에 대해서 긍정적이었다.

 

특히 이곳에서 처음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던 때는 영국 남부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고,  많은 나라들이 영국에서 오는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기도 했던 시기였다. 사실 한국과 영국 간의 항공기 운항도 작년 12월 23일부터 현재까지도 멈춘 상태이다.  어쨌든 영국은 1월에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이 넘고 하루 사망자가 2천 명이 넘는 날도 있던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에 참여했던 것 같다. 

 

 

사실 작년부터 시어머니와 나는 Covid 19나 백신에 관련된 전 세계의 상황이나 연구 자료를 매일 업데이트하는 Dr. John Campbell의 브리핑을 매일 챙겨 듣고 있다.  그래서 시어머님은 백신 접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계셨기 때문에 망설임은 전혀 없으셨지만 그래도 접종하시던 날은 긴장감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셨다고 했다.... ㅎ 시부모님은 80세 이상의 고령자라서 접종 최우선 순위였기 때문에 이미 12월에 백신을 접종하셨다. 다행히 두 분 모두 부작용을 전혀 경험하지 않으셨다. 

 

요즘 우리 주변의 지인들 중에도 50대 후반인 사람들 중에서도 벌써 백신 접종 순서가 돼서 이미 접종을 했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걸 보면 이제 50-60대의 사람들이 접종 대상인 듯하다. 하지만 30대 후반인 한 친구는 예정된 사람 중에 취소한 사람이 있어서 갑자기 남는 백신이 있는데 맞으러 오겠냐고 연락이 와서 망설임 없이 곧바로 달려가서 맞았다고...  ㅋ  난 아무래도 4월까지는 기다려야 접종 순서가 올 것 같다.  영국 정부는 7월까지는 영국의 18세 이상 성인들은 모두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상태다.

 

 

물론 영국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에는 좀 더 지켜보고 맞겠다면서 약간 망설이는 사람들이 다수 있긴 했다.  백신 접종 전에는 정말 황당한 가짜 뉴스들도 있긴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중순의 설문 조사에서는  87% 이상의 사람들이 순서가 오면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수치이다.

 

특히 어제는 80대 이상의 사람들이  화이자와 옥스포드-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 후에는 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80퍼센트나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번 발표는 소규모의 임상결과가 아니라 지난 두 달간 영국에서 실제로 대규모로 접종된 사람들에 대한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듯하다. 

 

 

www.bbc.co.uk/news/health-56267473

 

Covid: Oxford vaccine does protect older people, Europe told

A single dose of the Pfizer or Oxford vaccine cuts hospital admissions of older people by about 80%.

www.bbc.com

 

 

 

 

며칠 전 한국의 동생과 통화를 했는데 한국도 이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도 이 곳처럼 아마 초기에는 당분간 백신 접종을 좀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고, 불안을 조장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나 가짜 뉴스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에 백신을 접종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근거 없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가짜 뉴스 같은 것은 어느 정도 많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영국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크게 줄면서 곧 봉쇄조치가 단계적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두 가구 이상이 만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부활절쯤에는 시부모님을 뵐 수 있도록 실외에서라도 가족 모임이 허가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부터는 우리 아이들도 사전에 코비드 테스트를 받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등교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두 달이 넘도록 집에서만 갇혀 살아온 아이들은 그동안 못 본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 

 

해마다 야외에서 열리는 레딩 & 리즈 뮤직 페스티벌이 예정대로 8월 말에 열릴 것 같다는 행사 주최 측의 발표가 지난주에 있었는데, 그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아마도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나 검사 결과가 음성인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예상치 못한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거나 5월까지 행사 주최자가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서 보험을 들 수 없다면 글라스톤 버리 축제처럼 어쩔 수 없이 또 취소될 수도 있다.

 

물론 백신 접종 이후에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 때문에 아무래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아무런 걱정 없이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만났을 때도 안아줄 수 있고, 저녁 초대도 할 수 있고,  극장에도 갈 수 있고, 콘서트장에도 가서 맘껏 소리 지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상상만으로도 맘이 설렌다.

 

 

 

 

 

Life goes on... ind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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