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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일상

방탄 커피... 그리고 방탄소년단...

영국의 이 번 록다운 기간은 정말 길기만 한 것 같다... 오후 3-4시만 돼도 깜깜해지고 비가 자주 와서 뻣속까지 으슬으슬하게만 느껴지는 영국의 겨울이라서 더 길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지난겨울 내내 날씨가 별로 안 좋다 보니 집 안에 갇혀서 나름 새로운 요리도 많이 만들어 보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 때문에 베이킹도 열심히 하고, 영상편집에 대한 공부를 좀 해보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어느새 확진자가 아닌 확♒︎ 찐자가 되가고 있는 느낌이다. 

 

집 안에 갇혀서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으니 운동량도 부족한데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도 자꾸 부엌에 들락날락하고 있는 것 같아 오랜만에 저울에 올라갔더니.... 헐, 체중이 좀 늘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로 베이킹을 자주 하게되었지만 아직도 빵이나 케이크들을 만들 때 들어가는 설탕의 양에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 빵을 많이 먹을수록 빵빵해진다는 말이 있나보다.

 

어쨌든 당분간 설탕을 비롯해 밀가루 등의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볼 생각이다. 그래서 지난주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식사 대신  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를 만들어 마시고 있는데, 내입맛에는 나름 먹을만 하다. 오후가 되도록 배가 고프지 않아서 하루에 두끼 먹기도 귀찮을 때가 있다보니 본의 아니게 간헐적 단식까지 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일단 설탕이나 라면, 파스타, 빵과 같은 탄수화물섭취를 좀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일이 바쁠 땐 가끔 저녁을 너무 늦게 먹거나 야식을 먹기도 했었는데, 이제 저녁식사는 되도록 7시 이전에 하고 있고 야식에게도 단호하게 이별을 통보했다...ㅎ

 

그리고 저탄고지 (LCHT, Low Carb High Fat), 키토 (키토제닉, Ketogenic, KETO)의 효과나 위험 요소, 키토제닉 식단 조리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한달 정도 실천을 해볼 생각인데, 아무리 단기간이라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리한 식단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알아볼 생각이다.

 

일단 Keto 식단은 설탕이나 밀가루 등은 물론 쇼트닝이나 마가린 같은 트랜스 지방이나 콩기름, 카놀라 기름 등의 섭취를 금지하고, 되도록 Non-GMO나 유기농 제품을 권장하는 것이 맘에 든다. 그리고 밀가루나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대체 식품도 많이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아침에 친구랑 잠깐 채팅을 하다가 지금 방탄커피(Bulletproof)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했더니, 이젠 BTS 가 커피도 광고하냐고 물었다...ㅋㅋ (여기서는 방탄소년단을 Bulletproof Boys 또는 Bulletproof Boyscouts라고도 한다)  한참 웃다가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맛있다면서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그 친구는 내가 워낙 자주 BTS 얘기도 하고 링크도 자주 보내서 그것도 BTS랑 관련 있는 줄 알았다고... ㅎㅎ  그래서 난 임종 전까지 아미이고 평생 전역은 없다고 해줬다...

그러고 나서 Coldplay를 좋아하는 그 친구에게 지난달 24일에 BTS가 MTV Unplugged에서 Coldplay의 'Fix you'를 커버했으니까 들어보라고 링크를 바로 보내줬다... ㅎㅎ (그 친구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며, 그리고 Blue & Grey도 들었는데 영어자막을 보니 가사가 정말 좋았다고 나중에 문자가 왔다. )

youtu.be/60g72d4Nqss

 

 

 

지난달 MTV에서 Coldplay의 'Fix you'를 커버한 BTS에 대해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독일의 한 DJ가 있었다.

남편과 내가 그를 어떻게 불렀는지는 이 블로그에 쓰기에는  차마 뭐하지만... 어쨌든 그냥 못난 인간이다..라고만 해두자.

 

아마도 독일의 그가 아니었어도,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표면으로 나오기 시작한 우익들이나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극렬하게 양분되는 사람들을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험한 발언을 공중파에서 한다는 건 상당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그리고 이번 독일 디제이의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BTS의 음악이나 커버한 곡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아마도 그는 그 곡을 들어보지도 않았으리라고 짐작한다.

단지 BTS가 아시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거라면서 백신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식의 노골적인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면서, 그는 순간적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그의 편견과 선입관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그의 발언에 담긴 내용을 보면 아마도 그가 이렇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 처음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상대를 잘 못 골랐다.

 

2018년 11월에도, 작년에도, 또 이번에도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계속 드는 생각이 있다. 방탄소년단이나 아미들이 음악 산업계뿐만 아니라 이런 노골적인 편견이나 차별에 대해서도 일종의 총알받이가 돼서 당당히 맞서고 있는 것을 보면,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이 그냥 빈말이 아니었음을 새삼 느낀다.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으로 총알처럼 쏟아지는 편견과 억압을 받는 10대 20대들을 위해 그것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의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다는 의미입니다. J-Hope, BTS 



BTS는 Beyond The Scene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Big Hit에 의하면 '10대의 억압과 편견을 막아주는 소년들'이라는 뜻은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청춘'이라는 'Beyond The Scene'의 의미를 추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차별이나 억압 또는 편견의 대상이 이번처럼 BTS가 아닌 대항할 힘조차 없는 다른 대상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거센 항의를 할 수 있었을까?

차별이나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아무런 대항도 못하고 오히려 숨죽이고 숨어버리는 경우를 수 없이 봤다. 하지만 BTS와 ARMY는 벌써 몇 년째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늘 분노했고, 그 힘든 싸움을 해왔고 아직도 그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내가 BTS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3년 늦은 가을쯤이었다.

 

그 당시 진행하고 있었던 프로젝트 촬영에 필요한 무드 보드(moodboard)를 만들기 위해 컨셉트를 찾던 중 우연히 N.O.를 보았는데 맘에 들었다. (N.O.는  No라는 의미도 되고  No Offence. 의 약자이기도 하다. )

 

물론 N.O. 음악도 좋았지만, 뮤직 비디오 영상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교육학을 전공하고 교직 생활도 잠시 했던 나는 불합리한 교육제도나 교육문화를 바꿔보자고 하는 그들의  적극적인 메시지가 정말 좋았다.  이 뮤직 비디오를 보는 동안 예전에 내가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이나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Classroom Idea)'를 처음 들었을 때가 연상되었다. 

 

www.youtube.com/watch?v=mmgxPLLLyVo

방탄소년단 (BTS) 'N. O. (엔. 오.)'

 

 

그런데 그 몇 년 뒤 서태지와 BTS가 같이 공연한 '교실 이데아 (Classroom Idea)'가 유튜브에 올라왔다. ㅎ 그때  큰 딸과 그들의 공연을 거실의 큰 TV 화면으로 보고 있었는데, 음악 소리를 듣고 거실로 걸어 들어온 헤비메탈 팬인 남편도 같이 보면서 감탄을 했다.

 

www.youtube.com/watch?v=7cIlPIVL5G8

서태지 & BTS (방탄소년단) 공연: '교실 이데아 ( Classroom Idea )'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곳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의 노래들을 자주 들을 기회가 많았다.  

 

아마도 다들 아시다시피 전 세계적인 인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교 친구들 생일 파티나 영국 라디오나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들리던 Psy의 강남스타일... 그리고 아이들이 다니던 연기 학교의 댄스 레슨 중에도 가끔 2NE1이나 소녀시대 (Girl's Generation) 등의 노래에 맞춘 안무에 춤을 추기도 했었기 때문에 소위  K-Pop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더구나 그때는 나도 GD (지드래곤)의 음악을 좋아해서 일하면서 'COUP D'ETAT(쿠데타) 나 'Crooked (삐딱하게)' 같은 노래를 자주 들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아이들도 어느 정도 익숙하긴 했다.

 

하지만 큰 딸이 BTS (방탄 소년단)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친한 학교 친구들 때문이다. 그들 중 몇 명이 BTS를 언급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심지어 너희 엄마에게 수업료를 넉넉히 낼 테니 한국말을 좀 가르쳐줄 수 있냐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 친구들 중에는 엄마도 BTS 아미이고, 콘서트는 물론 가족들과 한국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도 있다. 언젠가 아이들 생일 파티에서 그 엄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가 자기 딸이 BTS 음악을 듣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했을 땐 속으로 좀 과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ㅎ  

 

어쨌든 엄마가 한국 사람이어서 좋겠다면서 부러워하는 친구들 때문에 BTS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점점 그들의 음악에 빠지는 큰 딸을 보면서 처음엔 사실 걱정이 좀 되었다. 부모로서 큰 딸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지 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내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오히려 딸의 성장기에 BTS음악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이나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BTS 소속사인 방시혁 PD의 2019년 서울대 졸업 축사에서 자신의 행복 중 하나가 음악을 통해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아미라면 이해하실 테지만, 처음에는 단순히 BTS의 음악이 좋아서 시작하더라도,  어느새 어떻게 미디어를  비판하면서 읽어야 되는지도 배우게 되고, 사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 인종차별이나 각종 차별에 대해서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도 배우게 되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는 것...  

 

사실 나도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려고 새로운 서적은 물론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도 다시 꼼꼼히 읽었고, 대학원 때 논문 끝내고 상자에 넣어 두었던 미학이나 심리학 서적도 다시 꺼내서 읽어야했다...ㅋㅋ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이 곳 영국에서 자란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배울 기회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는데, 방탄 소년단을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 광주학살, 세월호 참사, 일본과 한국의 역사, 위안부 할머니들, 일제 식민지의 참혹함 등에 대해서도 나와 깊이 있는 토론을 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또한 BTS의 노래에 등장하는 한국어 고유의 속담이나 속어 표현도 아이들에게 설명해줘야 했다. 예를 들어서 '우물 안 개구리',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등골이 휘다', 'N포 세대', '쩔어', '대박', '개행복'...ㅎ

 

어쨌든 이제 큰 딸은 BTS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음악들도 많이 듣고 좋아하는데,  아이들의 성장하던 중요한 시기에 BTS의 음악이나 메시지 등이 좋은 멘토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딸들과 BTS라는 공통분모 덕분에 삶이나 사희의 진지한 이슈에 대해서 토론도 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음악도 같이 듣고, 콘서트도 같이 다니면서 우리 모녀 관계도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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