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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일상

때론 분노가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 시상식에서 정말 멋진 단독 공연을 보여주었던 방탄소년단...

 

그래미에 수상 후보로 노미네이션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 팝 음악에 기억할 만한 성과인데, 다음날 한국의 언론에서는 여기저기 '수상 불발'이나 '실패'라는 헤드라인이 먼저 보여서 정말 씁쓸했었다...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제63회 그래미 수상식...결국 저녁 7시부터 본 공연 마지막에 BTS의 공연을 보고 그래미에 대해서 너무 화가 나서 밤새 한숨도 제대로 못 잤다. 사실 그래미의 시상식이 끝난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BTS를 이용해서 그동안 수없이 PR을 하고, 그날 본상 시상식 내내 거의 3시간이 넘도록 계속 BTS가 곧 나올거라면서 너무나 노골적으로 시청률을 볼모로 방탄소년단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화가 너무 났었다. 

 

밤 늦게 미국 아미 친구가 라이브로 스트리밍을 해주어서 같이 보다가 중간에 화가 나서 더 못 보겠다고 꺼버리는 바람에, 새벽에 다른 영국 아미가 알려준 링크로 결국 마지막에 등장한 BTS의 공연을 볼 수 있긴 했지만 정말 그렇게 마지막까지... ㅜㅜ

 

결국 겨우 2시간 남짓 자고 출근을 했지만 화난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힘들었다.

 

아래 비디오를 보면 그날 새벽 우리집 분위기랑 거의 흡사하다... 

 

youtu.be/qJ77psYAtxw

 

 

 

 

 

본상 수상식 전에

그래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하던

Premier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BTS 수상을 하지 못하자마자

백만 명 이상이 보던 시청자 수가

순식간에 

40만 명대로 줄어들었던 시청자 수...

 

 

 

그것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Main show에서는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서 기다리는 아미들을

끝까지 시청률 인질로 잡고 있던 그래미...

 

 

어쨌든,

월요일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큰 딸과 난 새벽 3시까지  못 자고

끝까지 기다려서 우리 탄이 들 공연 본 보람이 있었음.

 

정말 반짝반짝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던 공연...

너무 멋있었고

서울의 야경도 좋았음.

 

 

 

youtu.be/xK277hh-6ho

 

 

그런데,

시상식 끝나자마자 예정에 없던 Vlive 생방송...

밤새 잠도 못 자고 피곤했을 멤버들이 나와서

전 세계 아미들을 위로하면서 자기들 괜찮다고...  

 

그리고 내년에 더 열심히 해보자고 하는데

진짜 맘이 아팠음..

작년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보면

열심히 안 해서 못 탄게 아니니까...

 

그래미의 불투명한 수상 기준이 문제인데...  

 

 

당장 전세계 국제음반산업협회 (IFPI)에서 

3월에 발표한 전세계 앨범 판매량을 보면

BTS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열심히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음.

 

공정하게 실력대로만 했으면

올해의 앨범상 (Album ofthe Year)에도 노미네이션 되었어야 하고

 Pop Duo/ Group Performance 상도 탈 수 있었는데...

 

2020년 전 세계 실물 앨범 총판매량 (Top 10 Global Album Sales 2020)에서

방탄소년단의 3개의 앨범이 1위, 2위, 8위를 차지했고, 

 

 

 

 

 

 

2020년 전세계 실물 판매량,  디지털 앨범 판매, 스트리밍 등의 모든 형태의 앨범 판매량 (Top 10 Global Album All Format Chart 2020)에서도 방탄소년단의 2개의 앨범이 1위와 4위.... 더구나 'BE' 앨범은 나온 지 겨우 두 달만에 4위를 함.

 

 

 

 

2020년 음악산업계의 모든 형태의 앨범 판매량을 바탕으로 선정한 2020년 전 세계 음악인 (IFPI Top 10 Global Recording Artists of the Year 2020)에 1위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

 

 

 

 

오랫동안 보수적이고 차별적이라고 비난을 받아왔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여러 가지 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래미의 부조리와 몰상식에 대해서도  

방탄소년단의 아미들 뿐 아니라,

음악 산업계, 유명 가수들, 또 세계의 여러 언론에서도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다.

 

결국 이런 불공평과 몰상식에 대해서 분노하고,

음악인이나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그래미에서

정당한 평가와 온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거쳐야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겠지...

 

 

 

 

포브스 (Forbes) 기사,2021년 3월15일,  출처: forbes.com, 

 

 

*******

    

그리고 더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애틀란타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에 한국계 미국인들을 비롯한 8 명이 사망한 그다음 날,  미국의 Topps라는 회사는 그래미를 기념한다면서, 방탄소년단 (BTS)의 7 멤버들을'두더지 때려잡기 (Whack-A-Mole)'' 게임의 두더지로 캐리커쳐 한 끔찍한 모습의 스티커 카드의 한정 판매 사실을 회사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 스티커 카드에는 방탄소년단 7명의 멤버들이 그래미의 트로피로 세게 맞아서 치아가 상하고, 온통 멍이 들고, 상처가 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미에 참여했던 다른 백인 가수들의 캐리커쳐가 재미있고 가벼운 풍자로 보일 수 있는 것과 비교해서 , 방탄소년단의 캐리커쳐는 한마디로 잔인했고, 수상을 못한 것을 조롱하는 듯했다.

 

 

 

'풍자는 권력이 있는 자들을 우수꽝스럽게 만드려는 것을 의도한다. 하지만 고통받는 사람들을 조롱한다면, 그건 풍자가 아니라 괴롭힘이다.'

 

 

더구나 Whack-a-Mole 카드에 보이는 잔인한 캐리커쳐의 모습 이면에는 배타적이고 인종차별로 볼 수도 있는 심각한 인식의 문제가 더 숨어 있다.

 

즉, 일종의 자꾸만 튀어나오는 두더지(a mole)를 구타(to whack)하는 게임  'Whack-a-mole'이라는 표현  영어권에서는  '이방인(outsiders)'이나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의 유별난 특성(Otherness  또는 different aspects)을 의미하는 경우에 자주 사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이민 문제나, 임금격차, 계급 차이, 경제 문제 등에 대해서 논의할 때 '없애도 자꾸만 다시 튀어나오는 문제들'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런 외부인이나 계속 튀어나오는 것들은 두들겨 패서라도 원래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된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결국 분노한 방탄소년단의 아미(Army)들에게 수많은 항의를 받은 그 회사는 오늘 방탄소년단의 캐리커쳐 카드 인쇄를 취소했고, 오후에 사과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아미들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사과 (Non-apology apology)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도 보도가 되었겠지만,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  버즈피드 (Buzzfeed) 뉴스,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Forbes) , Paper 매거진,  등의 여러 매체에서도 왜 이 카드가 매우 부적절하고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있는지 매우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들을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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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드회사의 카드를 보면서 그들이 K-Pop과 BTS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서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이런 사회의 편견과 억압에 맞서 싸워 온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하지만 BTS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올해도 열심히 다시 노력할 것을 안다. 그리고 이런 일을 겪으면서 '분노'가 커다란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So.... I'll move on... and life goes on.

 

 

어쨌든

그래미,

Scammy...

적어도 내년까지는...

당분간 서로 볼일 없기를...

 

 

 

 

 

Blo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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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블로그를 보면서 되도록 짧게, 너무 무겁지 않은 주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글을 많이 써보면서 많이 연습해야만 가능한 능력인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이 또 이렇게 길어지고 있으니까 말이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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