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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문화

[영국뉴스] 만약 학부형이 학교에 잠옷 차림으로 나타난다면?

최근에 영국의 TV와 신문 등에 한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학부형들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The letter to parents from Kate Chisholm, headteacher at Skerne Park Academy in Darlington. Photograph: Phil Naylor/PA


이 편지의 내용을 보면 학부형들 중 아직 잠옷 차림인 채로 (어떤 때는 슬리퍼까지 신고)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는 모습이 점점 증가하는 것을 목격한 이학교 교장선생님(headteacher)이 학부형들에게 아이들에게 삶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그런 모습을 자제하고 제발 시간을 내서 적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을 등하교 시켜달라는 협조 요청의 글이다.  운전 중에 이 교장선생님이 라디오에서 인터뷰하는 것을 잠깐 들어보니 심지어 학부형 모임이나 학교 행사에도 그런 차림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단다. 그런데 이 일이 알려진 이유는 학부형 한 명이 이 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려서 여기저기 알려지고 결국 영국 신문이나 방송에서까지 어떻게 생각하냐며 대중들의 의견의 물으며 며칠 동안 활발한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참고로 파자마는 미국에서는 pajamas로 표기하는데 이곳 영국에서는 pyjamas로 표기한다. 


"How can teachers work with parents who don't even bother to get dressed?" by Gaby Hinsliff, The Gurdian on 29/01/2016


그 이후로 며칠간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대부분 교장 선생님을 지지하는 것 같은데 이곳 사람들의 토론 내용을 보면 참 재미있다. 어떻게 잠옷 차림으로 학교를 갈 수가 있느냐, 자기 옷 갈아입는 것도 이렇게 신경 쓰기 귀찮은 부모가 과연 아이들은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학부형이 무얼 입던지 그건 개인 생활이지 교장 선생님이 거기까지 관여하는 건 아니지 않냐 등등의 의견이 분분했고 그 편지를 받았던 학부형 중에는 학교 앞에서 잠옷에 슬리퍼 차림으로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인 테스코에서 파자마 차림을 한 사람은 매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지한 적도 있다. 

내가 어렸을 때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때에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혼자 등하교를 했었는데, 세상이 그동안 많이 변했으니 요즘의 한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한국도 요즘에 학부형들이 아이들을 학교까지 혼자 걸어가도록 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현재 우리 집은 학교에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고 학교버스도 지나가는 곳이 아니어서 당연히 운전을 해야 아이들을 등하교 시킬 수 있지만, 영국에서는 집이 아무리 학교에서 가까워도 학부형들이 아이들을 학교 교실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하교시에도 교사들이 학부형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준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학부형들의 옷차림뿐만 아니라 행동도 알게 모르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 교장선생님은 비나 눈이 와도 출장을 가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일 학교 정문 앞에서 지나가는 학부형들과 아이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신다. 그래서 언제든지 약속 없이도 필요하면 교장 선생님과 대화가 바로 가능하다. 이런 영국의 초등학교 환경에서는 학생들의 복장 문제, 도시락의 내용물에 관한 글이나 비 오는 날 아이들이 방수 코트를 잊고 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등의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도 가끔 가정 통신문을 통해서 학부형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글이 수시로 포함되기도 한다. 


1월 29일 자의 가디언지의 기사 http://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6/jan/29/pyjamas-dressing-for-school-parents-children-headteacher-is-right ) 에는 독자들의 다양한 댓글들이 올라와 있는데 읽어보면 영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몇 가지 여론들의 예를 들어보겠다. 


How long does it take you to get dressed in the mornings? Nothing fancy, obviously; just clothed in the first thing picked up off the floor. Five minutes? Ten at a push, counting a quick go with the hairbrush...

"아침에 옷 갈아입는데 얼마나 걸리나? 물론 화려한 옷 말고 그냥 방바닥에서 제일 처음에 보이는 옷 집어올려서 갈아입는 것말이다. 오 분? 재빨리 머리 쓱 한 번 빗어내리는 것까지 포함하면 최대 십 분? "


I agree that putting on some jogging bottoms, a jumper and some trainers isn't too much to ask

"그냥 운동복 바지 입고, 스웨터 걸치고 운동화 신으라는 정도는 너무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I know several people in their forties who feel quite strongly that wearing jogging bottoms in public is nasty and slovenly. 

"나이가 40대인 몇몇 사람들은 외출시 운동복 입는 것조차도 못되고 지저분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If the parents get the kids to school on time, clean, fed, slept and ready to learn, it's really none of the teachers' business whether they're wearing giraffe onesies or full evening dress.

"학부형이 아이들을 시간에 맞춰 등교 시키고, 깨끗하게 씻기고, 아침 먹여서 공부할 준비가 잘 된 상태에서 학교에 데려가는 이상 내가 얼룩말이 그려진 원지 잠옷을 입든 파티용 이브닝드레스를 입든 그건 선생님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It isn't acceptable for parents to take their kids to school dressed like this, and I support Kate Chisholm's stance. If they are on school premises, it is her business. It reflects on the school, and she is right to respond to that.

I don't know when people started going out in night ware, but a man I know sometimes goes to the supermarket in his pyjamas, even slippers. I don't remember that happening 10 or 15 years ago. It's very odd.

"학부형이 그런 복장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리고 간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므로 나는 Kate Chisholm(교장선생님)의 입장을 지지한다. 그 학부형들이 학교 부지에 있으면 그건 교장의 관할 사항이므로 그녀는 그것에 대응하는 것이 옳다. 
난 사람들이 언제부터 잠옷 차림으로 외출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한 남자는 가끔 파자마 바람으로 그것도 슬리퍼까지 신고 슈퍼마켓에 간다. 10-15년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참 묘하다."


어떤 사람은 아래와 같이 농담 섞인 이야기로 열띤 토론의 온도를 낮추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I think she should think outside the box. Employ a tasty-looking 30-year-old male teacher (for the mums) and a similar female one (for the dads), make sure they are on "gate duty" on a regular basis, and the parents will be getting themselves ready for the school run from 5 am in the morning. 

"내 생각엔 그 교장 선생님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들을 위해서) 30대의 잘 생긴 남자 선생님을 고용하고  (아빠들을 위해서는) 비슷한 조건의 여자 선생님을 고용해서 그들이 정기적으로 정문에서 학부형들을 맞이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하면, 학부형들은 새벽 5시부터 등교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  


정말 이럴 때 보면영국 사람들의 특이한 유머감각은 못말린다니까...ㅋㅋ




 어쨌든 아주 많은 의견들이 있었는데, 소수의 강한 반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부형이 파자마를 입고 아이들을 등하교 시킨다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다. 현재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난 아직까지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은 없는데 자선단체의 기금 모금을 위해 특별행사를 하지 않는 한 파자마 차림으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거나 심지어 학예회나 학부형 모임에 가는 건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인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이 기사가 더 이슈가 되었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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