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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일상

요즘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점점 좋아지는 이유...

작년 가을부터 틈틈히 다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아날로그 사진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듯하다.


“Don’t undertake a project unless it’s manifestly important and nearly impossible.” 

"명백히 중요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면 프로젝트에 착수하지마라."

- Edwin Land (Polaroid 회사의 창립자이며 세계 최초로 폴라로이드 즉석 카메라와 필름을 발명한 사람)



2008년 폴라로이드 필름 공장이 문을 닫는 안타까워하던 몇 몇 사진가들이 모여서 회사를 인수하여 창립한  Impossible project 에서 2010년부터 SX-70와 600 같은 예전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위한 필름을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날로그의 형태인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요즈음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런데 아직도 폴라로이드 필름 값이 꽤 비싼편 (SX-70 카메라를 위한 필름 8장에 현재 £17.50 + 배송비, 한국 돈으로 약 3만원 정도?)이라서 디지털카메라로 찍을 때보다는 훨씬 더 생각하면서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게 된다. 



Polaroid Love. Lady Expat.Polaroid Love © 2016 Lady Expat (https://lady-expat.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최근 영국의 고등학생들의 경우 Fujifilm에서 판매하는 Instax처럼 저렴한 즉석 카메라를 크리스마스나 생일 선물로 받는 아이들이 꽤 많은데, 휴대폰(영국에서는 mobile phone 또는 그냥 모바일이라고 함)으로 마음껏 찍을 수 있는 사진과는 달리 이 카메라의 필름값도 아직은 학생들에게는 좀 비싼 편이라서 학교에서 미술이나 사진 수업에 관련된 일에 사용하거나 생일파티 등의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이런 Instax의 경우는 사진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 반면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각종 카메라 액세서리가 다양하고, 현상시간이 짧고, 또 현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폴라로이드 필름처럼 빛을 차단해야 하는 등의 까다로움이 없어서 이런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디지털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화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진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것도 신선한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난 몇 년 전만 해도 선명하지 못하고 오래되어 빛바랜 사진들 같아 보이는 폴라로이드 사진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이해도 부족했다. 그냥 저화질의 사진 같아 보여서 폴라로이드 공장이 닫게 되었을 때, 그 당시 사진작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왜 그리 우려와 실망의 소리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 그래도 Kodak 공장에서 필름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된다는 뉴스에는 무척 안타까워했지만...

난 아날로그 시대에 사진을 배웠는데,  처음 디지털 사진기가 소개되었을 때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아니 신이 나서 받아들였다는 말이 맞다. 취미로 배우긴 했어도 더 이상 암실에 갇혀서 살 일도, 냄새나는 화학 약품을 만질 일도, 비싼 필름을 살 때마다 더 이상 한숨을 쉬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서 기꺼이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숍을 두 팔 벌려 받아들였다. ㅋㅋㅋ 


얼마 전 내 주변의 사람들 몇 명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폴라로이드 필름을 다시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을 찍을 때 내 마음대로 세팅을 통제할 수 있는 DSLR로 찍은 사진과는 달리, 폴라로이드는 디테일도 너무 부족하고, 색도 한계가 많고, 사진 찍는 장소의 온도 등에 따라 같은 사진이라도 결과가 매번 다르게 나오니 처음엔  control freak의 성향이 다소 있는 내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ㅎㅎㅎ 


런데 요즘 왠지 아날로그 사진들이 점점 좋아지고 정이 간다. 물론 디지털 사진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ㅎㅎㅎ 그냥 예전의 아날로그 사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며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지금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의 그런 '모자람'이나 '불완전함'이 오히려 마음에 들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예측이 불가능한 우리의 인생과 비슷한 것 같아서 여러모로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Experiments with Polaroids. Lady Expat.Experiments with Polaroids © 2016 Lady Expat (https://lady-expat.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또, 유효기간이 지난 필름을 사용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색과 만났을 때, 어쩌다 필름이 카메라 롤러에 긁히거나, 개봉되지 않은 필름을 일부러 온도가 높은 레이데이터 위에  잠시 놓았다가 사진을 찍으면 현상액이 흘러서 예상치 않은 아름다운 패턴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정말 운이 좋았다고까지 느껴진다. 또 요즘은 폴라로이드 커뮤니티를 통해서 다중 노출을 하는 방법이나 이멀션을 들어 올려서 다른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또 폴라로이드 사진에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것이 오히려 나처럼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으면 피부의 디테일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포토숍으로 주름 같은 것을 교정할 필요가 아예 없고 누구나 한 층 더 젊어 보인다는 사실…ㅋㅋㅋ


Polaroid Cool. Lady Expat.Polaroid Cool © 2016 Lady Expat (https://lady-expat.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내가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Vogue 잡지에 실렸던 Paolo Roversi의 패션 사진들을 우연히 보게 된 순간이었다. 그의 사진들을 보면서 내게 연상되었던 두 단어: Beautiful & Poetic. 

Roversi의 왠지 모를 아름다운 사진들에 매료된 나는 당연히 그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궁금한건 절대 못 참는 성격이니 왜 그의 사진이 달라 보이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난 그가 촬영 시 8x10 크기의 비교적 큰 폴라로이드 필름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그가 모델을 직접 찍는 대신에 큰 거울을 이용해서 거울에 비친 모델의 이미지를  대신 찍는 방법이나 라이트 페인팅 기법도 촬영에 자주 이용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쨌든 그의 사진들은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어서 이젠 어느 정도 식별이 가능하다ㅎㅎㅎ


참고 자료: Paolo Roversi의 '빛의 미스테리' (http://www.paoloroversi.com/images/pdf/photodistrict.pdf)



또  미국의 패션 사진작가인 Emily Soto 역시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을 많이 사용하는데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그녀의 웹사이를 방문해보면 그녀의 아름다운 사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Impossible Project나 Fujifilm 등의 회사에서 폴라로이드 필름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고, 어찌 보면 잊어버렸던 폴라로이드 사진들 매력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는 것 같아서 참 반가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직도 폴라로이드 필름값이 꽤 비싼 편이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신랑에게서 선물로 받은 10 Box의 폴라로이드 필름이 이제 딱 한 통 (필름 8장) 남았는데, Impossible Project에서 혹시라도 이번 부활절 기간에 세일을 하면 그때 더 구입하려고 인내심을 가지고 아직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ㅠㅠ  가격이 내려가서 대중화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의 매력을 즐길 수 있을텐데…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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